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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도 알아야 할 기재차관의 위기감별법 본문
격변과 균형…한국경제의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지난 2020년 3월 19일. 우리나라의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경으로 되돌아갔던 날이다. 장중 코스피 지수는 1,439포인트까지 급락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고 있던 김용범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이날을 회상하면서 '외환시장이 개장했는데 1분간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고 적었다.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가 걸렸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300원에 다다른 가운데 '딜 미스'도 속출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하루 전보다 15.5bp 치솟았다.
김용범 전 차관은 최근 발간한 '격변과 균형'이라는 책에 2020년 초의 분위기를 당국 입장에서 자세히 서술했다. 급변동하는 금융시장 상황을 연합인포맥스 등 금융정보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꼼꼼함도 묻어나온다.
물론 책을 통해 당시의 공포에 공감하라는 게 아니다. 핵심은 김 전 차관이 서문에서 '금융과 거시경제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금융위기의 무서움이다. 같은 맥락으로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복원력을 비중 있게 다뤘다'라는 대목이다.
내용은 쉽게 쓰여 있다. 김 전 차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구독하는 기자들이 많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쉽게 설명한다.
김 전 차관은 저서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우선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한다. 현대 경제·금융 체제에 대한 기초지식을 정리하고, 코로나발(發) 인플레이션과 양극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탄소 중립 등을 짚어본다.
정리와 분석이 끝났으면 과제가 나온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재원 조달방안이 이슈다. 대선에 승리한 측에서는 최근 국가채무의 불어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정 예산의 구조조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른 편에서는 우리나라의 아직 재정이 건전하다며 국고채 발행을 독려한다.
김 전 차관은 올리비에 블랑샤르, 로런스 서머스, 폴 크루그먼 등 석학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장기금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최근 주요국의 국가채무는 늘었지만, 금리가 하락하면서 국가의 실질이자 부담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대략 2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장기금리가 상승한다면 앞으로의 재정정책은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장기금리의 반등은 일시적이고 하향 또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국고채 발행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김 전 차관의 알려주는 재정정책 운용론의 일부다. 그는 다각적인 방식으로 재정운용에 대한 생각거리를 건넨다.
이외에도 그는 양극화 해소, 플랫폼 규율체계 선진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미래, 탄소중립 실행계획 마련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풀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자산 관리방안의 탄생 배경에 관해서 관심이 갔다. 당시 그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을 읽어본 후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다수 부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상자산을 패러다임 변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료의 소신이 돋보인 장면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가상자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국가로 떠올랐다.
개인 투자자는 이 책을 통해 뛰어난 관료가 어떠한 금융지표를 눈여겨보는지 확인하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이슈가 지배할지도 파악할 수 있다. 김 전 차관이 제시한 화두를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투자해야 할 종목도 눈에 보이는 느낌이다.
창비, 32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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