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경량화된 비휘발성 컴퓨팅 시스템' 선보여

- KAIST, '경량화된 비휘발성 컴퓨팅 시스템' 선보여
- 휘발성 메모리 기반 컴퓨터 대비 4.3배 응용 성능 높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전원 공급 없이 모든 정보가 복원되고, 작동되는 비휘발성 컴퓨터를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명수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경량화된 비휘발성 컴퓨팅 시스템(Lightweight Persistence Centric System, 이하 라이트PC)’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컴퓨터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을 메인 메모리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원이 사라지면 메모리가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들을 잃어버린다.

반면 D램보다 적은 전력 소모와 큰 용량을 제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는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구조 설계가 복잡해 성능이 느려 D램과 함께 사용해 비휘발성 메모리에 저장되는 일부 데이터만을 선택해 유지한다. 비휘발성 메모리 성능을 높여 메인 메모리로 단독 사용해도 전원 공급이 갑자기 차단되면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유지할 수 없다.

비휘발성 메모리 내부에 있는 휘발성 구성요소와 프로세서 자체가 지닌 레지스터나 캐시 메모리(휘발성) 같은 임시 저장 공간 데이터는 전원 공급 없이 계속 보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센터나 고성능 컴퓨터에서는 실행 상태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휘발성 상태의 데이터들을 비휘발성 메모리나 저장장치인 SSD 등으로 옮기는 기법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주기적 데이터 이동에 추가 시간과 전력을 써야하고, 데이터 복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실행 상태와 데이터들을 전원 없이 비휘발성으로 유지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컨트롤러, 운영체제 기술들을 개발했다.

기존 메모리나 저장 장치 없이 지속성 메모리만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성해 시스템의 대부분 상태를 비휘발성으로 유지했다. 전원이 끊긴 직후 전원 공급 장치의 신호에 따라 프로세서에 남아있는 비지속성 상태들은 비휘발성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통해 정전 시에도 컴퓨터의 시간을 멈추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프로세서의 하드웨어 데이터 경로상 휘발성 구성요소를 최소화하고, 복잡한 내부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후 데이터 처리의 병렬성을 극대화해 사용자가 일반 응용실행에서 D램만 사용하는 고성능 시스템과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컴퓨터의 시간을 멈추는 동안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그램 실행이 비결정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임의의 상태나 데이터 변경을 막고 다양한 형태의 지속성 기능이 추가된 운영체제를 구축했다.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시 전원이 작동하면 컴퓨터는 부팅 과정 없이 멈춘 시간부터 다시 실행할 수 있다.

실제 시스템 보드에 지속성 메모리를 장착해 비휘발성 컴퓨터를 구축하고, 정전 시 컴퓨터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운영체제 시제품을 제작해 비휘발성 컴퓨터 위에서 실행했다. 그 결과, 전원이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로 모든 프로그램 실행과 데이터가 일관성 있게 복구됐다. 기존 컴퓨터 대비 최대 8배 큰 메모리와 4.3배 빠른 응용실행과 73%의 전력 소모 절감 효과를 보였다.

정명수 교수는 “비휘발성 컴퓨터는 대용량 메모리를 제공하면서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주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나 고성능 컴퓨팅의 저전력 운영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연구 핵심기술은 차량, 모바일, 사물인터넷 장치 등에서 전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컴퓨터 구조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이스카(International Symposium on Computer Architecture, ISCA), 2022’에서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