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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내가 간호법을 지지하는 이유? 본문
키 작은 중문을 지나 무릎 높이 마루를 지나 담장 옆 금강초롱을 지나 비닐하우스를 지나, 언덕 위에 있는 곳. 낮이든 밤이든, 비가 와 질퍽거려도 눈이 와 얼어붙어도, ‘후라시’(손전등)를 들고 신발을 고쳐 신고 전봇대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서야 뒷간이 있다.
최 할머니 집 뒷간은 말 그대로 집 뒤편에 있다. 그 뒷간 오고 가는 길에 넘어져 골절이라도 될까 봐 마루에서 마당 내려가는 곳에 계단을 놓아달라 행정복지센터에 부탁드렸다.
한달 만에 찾아간 할머니 집에는 떡하니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잘됐다 생각하고 무심히 나오려는데 동행한 최 선생님(간호사)이 그런다.
“어, 이건 안 돼! 계단을 10㎝는 줄여야 해!” 자세히 보니 무릎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딛고 내려오기에는 계단이 너무 높았다. 곧장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계단 높이를 10㎝씩만 낮춰달라 다시 부탁했다.
10㎝.
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높이다. 그런데도 사소한 데 목숨 걸듯 집요하게 매달리는 까닭은 노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게 바로 그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엉덩뼈를 산산조각 내고 손목뼈를 부서트리는 것은 낭떠러지가 아니다. 개미들도 넘어갈 수 있는 문지방에 걸려서,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벽에 붙잡을 무언가가 없어서, 넘어지고 부서지고 급기야 목숨을 잃는다.
의료인인 우리는 그 사실을 알기에 10㎝ 낮추는 일에 매달린다. 최 선생님은 그 사소한 것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왕진을 끝내고 어르신들 댁을 나올 때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람은 늘 최 선생님이다.
뒤돌아보면 항상 무언가 당부하거나 확인하고 있다.
오늘도 최 선생님은 당뇨로 시력을 잃어가는 할머니 손발톱을 깎아주고 기억력이 떨어진 할아버지가 두달 넘게 뇌경색약을 빼먹은 걸 발견해 약을 찾아 줬다.
발톱을 잘못 다듬어 생긴 염증으로 발가락을 자르는 당뇨 환자, 약을 빼먹어 재발한 뇌경색 환자를 예측해야 하는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건강은 노년기 삶의 맨 밑돌이다.
밑돌이 빠지면 윗돌들은, 그 위에 쌓아 올린 삶은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다.
이렇듯 노인 돌봄의 핵심은 의료인데, 실제 돌봄 현장은 의료와 연계가 끊어진 채 생활지원사와 요양보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의료와 복지 양쪽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판단하고 연결해주는 통합적인 전문가가 시급하다.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의사 아니면 간호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가 지역사회 돌봄 연결의 중심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 돌봄에 참여하는 창구라고 할 만한 방문진료를 하는 동네의원은 0.4%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를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공공의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아픈 노인에게는
집으로 찾아오는 의사가 절실하지만,
의사들은 과연 집에 올 수 있는가. 의사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같은 의료진인 간호사들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간호법이다.
99.6%의,
방문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는 병원 안에서만 환자를 경험한다. 하지만 환자는 병원 밖에서도 환자다.
오늘도 수많은 병원 밖 환자들의 삶을 본다. 6개월 넘게 침대에 갇혀 사경을 헤매도 병원을 찾아가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귀에서 고름이 나와도 전신마비 상태여서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는 장애인을 만난다.
의사협회가
간호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어쩌면 병원 밖 환자들의 삶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사 맞고 안 아파서 펑펑 울었어. 이렇게 안 아플 수 있었네.” 관절통으로 안방에서 못 나오던 할머니에게 통증 주사를 놓아드린 뒤 재방문하자 할머니가 한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최 선생님이 말했다. “제가 병들고 힘들어졌을 때도 저희 같은 방문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는 속으로 답했다.
나도 최 선생님 같은 분이 찾아오는 마을이 있다면 그곳에서 늙어가고 싶다고. 집 안에 갇힌 수많은 환자들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의사인 내가 간호법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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