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구입하는 진통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된 '해열진통제'와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의 비스테로이드 성분으로 된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해열진통제는 통증 완화·해열 효과가 있고, 소염진통제는 이 두 가지 효과 외에 '염증'을 없애는 작용까지 한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 중에서 타이레놀(얀센), 펜잘(종근당), 게보린(삼진제약)은 해열진통제 이며, 아스피린(바이엘), 애드빌(GSK컨슈머헬스케어), 이지엔6(대웅제약)는 소염진통제다. 해열진통제는 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염진통제는 위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 상태와 통증 양상을 모두 고려해 적합한 진통제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해열진통제의 주요 성분은 주로 간에서 분해된다. 따라서 약을 먹으면 금방 피로감을 느끼고 간 질환이 있을 경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작용은 소염진통제가 더 많다.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전달하는 효소의 활동을 막는데, 이 효소가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위장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콩팥에서 소변을 거르는 사구체 여과율을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따라서 콩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들은 소염진통제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다만, 생리통이나 긴장성 두통, 염증성 근육통,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는 소염진통제가 더 효과적이다. 소염진통제는 자궁 근육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의 합성을 막기 때문에 생리통을 없애는데 더 좋다. 수축된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에 긴장성 두통을 없애는 데에도 해열진통제보다 더 효과적이다. 염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으로 인해 부기와 발열이 있는 염증성 근육통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 완화에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장기간 과다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복용하지 않을 때보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약 종류에 따라 최소 40%에서 최대 70%까지 증가됐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으로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평소 신장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은 고혈압·당뇨병 환자, 70세 이상의 노인, 뇌졸중을 앓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열이나 두통 등이 있다고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함부로 사 먹으면 안 된다.
전문가들은 염증약 종류를 크게 소염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소염효소제로 나눈다. 염증의 원인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처방하고, 이미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진통소염제를 처방한다. 강력한 염증 억제가 필요한 경우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다른 염증약에 부가적으로 처방할 때 소염효소제를 쓴다. 이제 종류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소염진통제
염증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증이 줄어들지만 염증 자체로 겪는 고통이 크다면 진통효과가 있는 염증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이럴 때는 대표적인 염증치료제인 소염진통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생긴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소염작용과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작용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인과 상관없이 염증 반응을 줄여줘 다양한 염증 반응에 적용될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스테로이드성과 비스테로이드성으로 나뉘는데,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것은 비스테로이드성이다. 흔히 알려진 아스피린과 애드빌이 대표적이다. 다른 염증약에 비해 구하기 쉬워 오남용의 우려도 있다. 잘못 복용하면 위장장애나 부종,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위장장애가 비교적 적은 새로운 소염진통제가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대중적이지 않으며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항생제
넘어져서 상처가 생기면 누렇게 고름이 차오르거나 빨갛게 피가 맺힌다. 상처에 세균이 침범해 번식하면 염증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염증을 악화시키는 세균을 죽이거나 활동을 억제하는 약을 써야 빨리 낫는다. 항생제는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세균 중에서도 박테리아균에 인해 염증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염증약이다. 다른 세균이 아닌 박테리아 세균에 반응하므로 한정된 상황에서만 효과를 낸다. 잘못 사용해 내성이 생기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복용하다간 위험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단순히 염증을 완화시키자고 항생제를 먹겠다는 건 잘못된 방법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전에 처방받았다가 남은 항생제를 무턱대고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스테로이드제
잘 낫지 않는 만성질환이나 심각한 급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 처방하는 약이다. 다른 염증약보다 강력한 소염 효과를 보인다. 부신피질호르몬제로도 불리는 스테로이드제는 체내 여러 대사 과정에 영향을 준다. 항염증 작용 이외에도 혈액세포 농도 조절, 위산 분비 촉진 등의 작용을 한다. 장기간 사용하면 위장장애, 골다공증, 부종 등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염증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의사가 환자의 상황을 본 후 쓰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 적절하게 복용하면 된다.
소염효소제
기관지가 붓고 염증이 생겼다는 진찰을 받았는데 딱히 통증이 없는 경우에 처방하는 보조적인 약이다. 염증약 종류 중 하나인 소염효소제는 진통 효과는 없고 소염 작용만 한다. 효소 작용을 통해 진물이나 고름 등 염증 부산물을 분해시켜 녹여 없애는 방법으로 염증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염효소제에 대한 효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이 약만 단독으로 처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에 따르면 소염효소제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른 약과 더불어 부가적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